
고려시대사 연구는 다른 시대사 연구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자료의 한계로 인한 연구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사에 필요한 기본자료는 고려실록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가 있지만, 조선왕조의 입장과 성리학적 인식에 따라 재정리되었기 때문에 고려시대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는 그 한계가 뚜렷하다. 물론 불교전적과 문집, 고문서 등의 자료도 주목을 받고 있긴 하다. 하지만 불교전적의 서와 발문은 불교사 전반을 알기에는 제한적이며, 고려시기 판본을 가진 문집은 극히 적고, 고문서 역시 극소수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고려 금석문 자료에 천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금석문은 금속과 돌에 새겨진 당대의 기록인 만큼 문적에 전해지는 것에 비해 전래가 쉬웠다. 하지만 매우 단편적인 경우가 많아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면에서 금석문은 역사가의 추론과 인식에 따라 정리된 사서가 아닌 1차 자료이며, 전문 연구자의 분석·검토를 거친 후에야 역사적 사실을 끌어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시도이다. 저자는 고승비, 사원의 개창과 중수를 다룬 사적비, 불상과 의식구와 기와 명문 등의 판독과 해석을 통해 이러한 금석문들의 불교사적 의미를 도출하고자 한다.

한기문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공저 및 편저로는 『고려사원의 구조와 기능』(민족사, 1998), 『일연과 삼국유사』(신서원, 2007), 『고려시대 율령의 복원과 정리』(경인문화사, 2009), 『한국금석문집성(34)고려18비문18
(해설편)(도록편)』(한국국학진흥원·청명문화재단, 2013), 『고려시대 상주계수관 연구』(경인문화사, 2017), 『일연과 그의 시대』(역락, 2020), 『고려의 국도 개경의 도시 영역과 공간구성』(도서출판 이른아침, 2020), 『고려시대의 상주(尙州)』(민속원, 2021) 등이 있다.

책머리에
- 서론
제1장 고승비로 보는 고승의 위상
Ⅰ. 태자사 통진대사 비편과 양경의 행적
1. 비편의 판독과 해석
2. 양경의 행적과 역할
3. 굴산문의 동향과 태자사의 위상
Ⅱ. 법주사 자정국존비와 미수의 생애 및 사상
1. 자정국존비의 형태와 판독
2. 미수의 생애
3. 미수의 활동과 사상
Ⅲ. 고승비 음기의 문도 구성과 성격
1. 고승비 음기의 문도 기재 양상
2. 고승비 음기 문도 사례 검토
3. 고승비 음기로 본 문도의 형성과 종단
제2장 사적비에 보이는 사원의 개창과 중수
Ⅰ. 용수사 개창비와 화엄종의 동향
1. 고려전기 화엄종단의 추이와 법해용문
2. 용수사 개창비와 개창과정
3. 용수사의 종풍과 화엄종승의 사상경향
Ⅱ. 중수용문사기 비문과 선종계의 동향
1. 비문 음기의 판독과 내용
2. 중수기와 음기의 관계
3. 중수기와 음기로 본 선종계의 동향
제3장 불상·의식구·기와 명문의 의미
Ⅰ. 삼화사 철불 명문
1. 발견과 선행연구
2. 명문의 판독과 해석
3. 철불 조상의 의미
Ⅱ. 오어사 동종 명문
1. 명문의 판독
2. 명문의 내용
Ⅲ. 백련사 청동유물 명문
1. 청동유물의 출토 경위와 형태
2. 청동유물 명문의 판독
3. 청동유물 명문의 내용과 의미
Ⅳ. 경북대학교 박물관 소장 광명대 명문
1. 광명대의 현황과 명문 판독
2. 광명대 명문의 내용과 의미
Ⅴ. ‘원흥사’명 기와 발견과 원흥사의 역할
1. 원흥사지 현황과 명문와
2. 이규보 시에 보이는 원흥사
3. 자복사와 수로교통 요충으로서의 원흥사
4. 원흥사와 유가종단
Ⅵ. 고려 선봉사지 출토 명문 기와 검토
1. 기와 명문 판독 내용과 선봉사지
2. 기와 명문으로 본 천태종의 동향과 선봉사
제4장 문헌상 금석문의 의의
Ⅰ. 고려 태조 친제 흥법사 진공대사비 복원·교감과 의의
1. 비의 유래와 현상
2. 비문의 복원과 교감
3. 비문 내용과 의의
Ⅱ. 법흥사비의 건립과 의의
1. 법흥사비의 존재와 소재
2. 법흥사비문의 내용 구성
3. 법흥사비의 의의
결론
참고문헌
사진 목록과 출처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