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카롱’은 이제 보편적인 디저트가 되었고 ‘보르도 와인’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봄 직한 와인의 대명사격이며 ‘바게트’는 파리의 표상처럼 여겨진다. 번화가의 좁다란 골목마다 프랑스 디저트 카페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며, 작년에는 고대하던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렇듯 프랑스 미식은 시나브로 우리 일상에 스며든 지 오래고, ‘새로운 맛’, ‘진정한 맛’에 대한 미각적 욕구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프랑스 요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머나먼 타국의 식탁까지 ‘잠식’한 프랑스 미식의 헤게모니는 어디에 연유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저자는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프랑스 요리의 변천사를 면밀하게 기술한다. 이 책은 프랑스 요리가 어떻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고유한 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그 역사를 되짚어 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프랑스어로 쓰인 최초의 요리책부터 1970~1980년대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까지 프랑스 요리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시중에 프랑스 치즈나 와인 등을 다룬 실용서는 넘쳐 나지만 이 책처럼 거시적인 관점에서 프랑스 미식을 통찰력 있게 다룬 책은 전무하다. 저자는 음식에 대한 단순한 탐구를 넘어서 당대의 미각적 기호와 식사의 개념, 미식의 형성 과정 등을 사회적 맥락과 함께 서술하고, 오늘날 프랑스 요리가 맞닥뜨린 위기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저자는 요리사 출신 역사학자이다. 그의 독특한 이력 덕분에 자칫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요리사(史) 책이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 이러한 점이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지은이
파트릭 랑부르(Patrick Rambourg)
프랑스 르 망에서 출생하여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모 슬하에서 성장하였다. 전문 요리사로서의 교육을 받았으며 후에 파리 7 드니 디드로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였다. 요리와 미식, 음식, 테이블 매너의 역사 등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고,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음식의 역사를 오랜 시간 연구하였다. 프랑스 미식 문화를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만든 ‘프랑스 유산·미식 사절단(MFPCA)’의 전문가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옮긴이
김옥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하고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에서 한불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번역한 책으로는 『정정당당 스포츠와 올림픽』, 『어린이 로마인 이야기』,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이방인』, 『루이비통 도록―모던 럭셔리의 탄생』(공역) 등이 있다. 한강의 단편 소설 「아홉 개의 이야기」와 성석제의 「잡힌 사람」(『재미나는 인생』 中)을 프랑스어로 번역(공역)했는데, 이것이 프랑스 문학잡지 『신프랑스평론(la Nouvelle Revue Franaise)』에 실렸다.
박유형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하고 삼성 SDS와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에서 한불 통역사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한불 번역(공역) 작품인 백가흠의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와 윤성희의 「레고로 만든 집」이 프랑스 필립 레(Philippe Rey) 출판사에서 한국 문학 현대 단편선으로 출간되었다.

옮긴이의 말
서장 요리에서 미식으로
맛있는 식사와 테이블 예술
유산으로서의 요리
요리 감성
제1부 요리 전통의 탄생
제1장 중세 시대 말의 요리 예술
최초의 요리책
노하우와 요리 비법
소스용 향신료
요리 정체성을 향하여
제2장 주방의 세계-화덕과 도구, 요리장과 조수
화덕에서 주방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주방
냄비와 조리 도구
대규모 주방 조직, 브리가드
제3장 테이블 매너, 식기 배열에서 에티켓까지
테이블 세팅
손님의 계급과 식사 제공
부르고뉴 궁정의 식사 예절
태도에서 예의범절까지
제4장 대중 음식과 길거리 음식, 외식업의 유형과 공간
외식업
길거리 음식
케이터링과 맞춤 서비스
서민을 위하여
고급 음식과 남은 음식
외식 산업과 소비의 공간
제2부 프랑스 요리의 헤게모니를 향하여
제5장 르네상스, 신화에서 요리에 대한 신념으로
뿌리 깊은 신화
요리에 대한 인식의 강화
미각의 더딘 진화
식탁에서 포크까지
제6장 요리의 신(新)시대
요리 서적의 쇄신
조리 작업의 체계적 관리
진정한 재료의 맛
소스의 영혼
제7장 조리 장소
최적의 자리
이상적인 주방
남자 요리사와 여자 요리사
제8장 계몽주의 시대의 누벨 퀴진
프랑스 헤게모니의 시작
누벨 퀴진(새로운 요리)
새로운 신구의 대립
부르주아 요리를 향해
제9장 빈민 음식에서 감자까지
빈민 음식
소박한 먹거리, 감자 빵에서 쌀 요리까지
감자의 대역전
제10장 테이블 예술을 향해
최초의 식당
테이블 세팅 기술에서 와인 선정까지
음식 서빙의 총지휘관, 메트르 도텔
프랑스식 서빙과 식사의 순서
제3부 파리 미식의 비상(飛上)
제11장 레스토랑의 등장에서 성공까지
외식업자들의 예견된 성공
혁명의 공간
팔레 루아얄, 미식적 환희의 중심지
개성 있는 레스토랑
제12장 미식 문학의 시작
새로운 문학
완벽한 호스트
『미각의 생리학』, 조리 과학을 향하여
제13장 요리 예술이거나 예술 요리이거나
요리책에 등장한 삽화
장식적 요리
그림으로 배우는 요리
새로운 서빙 방식
요리 체계와 조리 과학
제14장 조리 공간, 개혁의 기다림
불편한 주방
체계적인 주방과 위생
화기 조절이 낳은 다양한 조리 기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주방
제4부 요리 예술의 현대화
제15장 요리의 발전을 향하여
현대에 적응하기
새로운 체계의 시작, 팔라스
요리의 발전
소스와 가르니튀르
제16장 향토 요리의 르네상스와 성공
향토 요리란 무엇인가?
르네상스를 향해
리옹 ‘메르’의 성공
정겨운 프랑스
제17장 누벨 바그
발단
요리 그 자체로 평가하기
요리의 참상
‘누벨 퀴진’이란 무엇인가?
성공
에필로그
감사의 말씀
미주
부록
I. 본문에 언급된 주요 요리 서적
II. 시적으로 표현된 조리 도구
III. 부이용과 요리 육수
IV. 다양한 소스
V. 역사 속 메뉴
요리사 및 미식가 인명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