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저자소개 차례
이 책은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조선의 가장 특징적 현상인 노비제가 해체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노비제가 혁파되었으나, 실제로는 18세기 후반에 이미 노비제가 무너졌다. 이 책은 노비가 사라지는 원인을 이 시기 民의 생활과 밀접한 농업생산양식과 토지집중에서 찾고 있다. 노비는 조선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양면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즉 노비는 양반 지주계급과 기존 사회질서를 지탱해주는 수단인 동시에 국가의 중앙집권을 지탱해주는 수단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노비는 국가와 양반계층의 입장에서 국가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착취대상이었지만 그 스스로 사회의 기층을 형성하는 기층 민중이며 주체세력이었다. 따라서 조선 후기 노비제 해체에는 제도적 변화보다는 사회경제적 변화가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노비와 토지의 소유방식을 여러 문헌을 통해 밝혀내고 있다. 특히, 조선 후기 양반층의 일기류, 매매명문, 문집 등을 조사하여 노비매매자료와 노비가격의 장기적인 시계열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民의 농업경영방식이 노비소유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