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저자소개 차례
형이상학적 진리를 발견한 뒤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윤리학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 했던 기존의 사상가들과는 달리 칸트는 윤리학을 통해 형이상학으로 나아가는 입장을 취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칸트는 형이상학을 학문의 안전한 길에 들어서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칸트가 도입한 학문적 전략은 선험적 형식주의였다. 그러나 칸트의 선험적 형식주의 윤리학은 학문의 안전한 길에 들어선 형이상학의 건설이라는 형이상학적 기획의 일부로 구상되었다는 바로 그 이유로 말미암아, 그의 선험적 형식주의 인식론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동일한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즉 칸트가 인식론의 영역에서건 윤리학의 영역에서건 형식을 중시하는 형식주의적 전회를 감행하지만, 이 형식주의가 일관되게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서는 이런 관점에서 칸트 윤리학 전반에 대해 비판적 검토를 하고 있다. 또한 칸트 윤리학에서 중시되는 핵심개념들, 예컨대 ‘실천이성의 사실’, ‘선의지’, ‘근본악’, ‘선험적 자유’, ‘최고선’, ‘목적으로서의 인간’, ‘도덕법칙’, ‘준칙’ 등의 개념들은 철두철미 칸트 윤리학의 형식주의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그런 다음 칸트가 형식주의적 입장에 머무는 한, 도덕성의 최상원칙을 확립하는 일이 불가능함을 다양한 각도에서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윤리학에서 실질의 요소를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칸트가 건설하려 했던 실천형이상학의 체계도 성립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