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사고수준이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로 흔히 쓰이는 말이다. 표기법은 그러한 언어를 문자로 표현할 때의 규칙이다. 집 짓는 데 쓸 벽돌의 거푸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표기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범위와 자유도에, 나아가 우리의 사유에 영향을 끼친다. 그중에서도 세계화의 물결 속에 인적․물적 교류가 날로 활발해지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외국어의 한글 표기 방식이다. 2014년 현재 기준으로 총 21개국의 언어를 국가별로 철자 전사(Alphabet Transcription)하게끔 하고 있는 현행 규정은 그 자체로 복잡할 뿐 아니라 언중의 실제 언어생활과도 많은 차이점을 드러낸다. 이 책은 표기법과 실사용 사이의 괴리를 가능한 한 줄이고 외국어를 표기할 때 보다 단순하고 일관된, 그러면서도 각 언어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원칙을 세울 수 있을지 고심한 결과물이다. 그 해결 방안으로서 저자들은 외국어를 원래의 발음, 이른바 ‘원산지음’ 그대로 전사(발음 전사, Pronunciation Transcription)하자고 조심스레 제안하고 있다.기존의 표기법에 익숙한 우리 눈에는 이러한 주장이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언어생활의 현실을 새롭게 돌아보고 깊이 논의할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며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변하듯 그 집인 언어 또한 변할 것이다. 이제부터 이루어질 활발한 의견의 교환과 토론을 통해 그 변화상이 보다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그려져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