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드라마에 포착된 신체장애의 역사,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이는 자
오늘날 영미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문학이나 여타 예술에서 장애 혹은 신체장애를 다루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장애와 장애를 가진 자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는 훨씬 개선되었고, 장애를 가진 자의 삶이 누군가의 특별한 체험이 아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될 수도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애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이, 혹은 장애를 문학화(혹은 예술화)하는 비장애인의 방법이, 장애를 가진 자의 입장에서도 공정하고 정당한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시사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현대영미드라마’ 속의 장애연극에 주목하여 그 문학적․연극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장애연구에 관한 중요한 논점들을 제시하고 이를 작품을 분석하는 준거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영미권에서 신체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규정하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출발하여, 영미권의 장애인 혹은 장애운동가들은 그들의 장애운동을 어떻게 전개시켜 왔고 그 과정에서 장애연극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발전되어 왔는가를 저자는 통시적 관점에서 서술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3~9장까지에서는 장애연극의 주요 논점과 특징을 작품을 통해 개괄하여, 신체장애를 다룬 영미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에 해당하는 제1장에서는 신체장애와 장애연구의 주요 개념과 이론을 소개하였다. 제2장에서는 장애연극의 전통과 현주소를 개괄하며 논의의 기초를 다졌다. 제3~5장에서는 장애연극의 주요 논점과 기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곧 장애인 극작가가 쓴 작품 및 장애인의 다양한 문제들 –장애인 정체성, 장애문화, 장애인 공동체, 장애인의 억압과 소외 등-을 다룬 극을 중심에 두고 각 연극의 주요 논점과 연극 기법에 대해 논하였다. 제6~9장에서는 현대연극에 나타난 신체장애와 관련된 주요 논제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 타자화의 문제, 질병과 그로 인한 오명화 등-를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제10장에서는 장애연극 연구의 미래를 진단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듯이, 신체장애는 영문학에서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한 주제이며, 장애연구가 학문의 한 분과로 자리잡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이 미드라마에 포착된 신체장애의 역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장애연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여 국내의 장애연극 연구 활성화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