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루는 굳이 조선의 4대 누각이라는 찬사를 더하지 않더라도, 여름에 한번 올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 시원함과 탁 트인 조망에 감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와 고층 건물에 막혀 멀리 재약산과 천황산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콘크리트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먼 봉우리들은 마치 언제라도 밀양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주변 경관 덕분에 예전부터 영남루는 시인 묵객들의 발자취가 끊이질 않았다. 어떤 연구자에 따르면, 영남루 관련 시를 수록한 자료를 다 모으면 어림잡아 1천여 수가 넘는 시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고려 시대의 시인 성원도(成元度)가 지은 천자운(天字韻) 칠언율시는 물론 도원흥(都元興)의 칠언율시는 미국 버클리대학 동아시아 도서관(C. V. Starr East Asian Library,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 소장된 『나려칠률(羅麗七律)』에도 수록될 정도로 인구에 회자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영남루에 올라 감흥을 노래한 시들은 대부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같은 관찬 지리서나 『밀양읍지(密陽邑誌)』 등의 읍지류, 『밀주승람(密州勝覽)』 등의 개인 기록 등에 그 일부가 전할 따름이었다. 이번에 발굴된 『영남루시운(嶺南樓詩韻)』은 임진왜란1592년 이전에 창작된 영남루 관련 시문 570편을 수록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영남루시운』은 비록 필사본이지만, 자료의 희소성 및 수록 내용의 독창성으로 인해 향후 학계의 연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