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취향에 따귀를!’
1912년 마야콥스키는 미래주의 강령을 통해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난 1968년 우리 땅에서 시인 김수영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요청한다. ‘시여, 침을 뱉어라.’ 역설적이다. 인간과 세계를 아름답게 노래하여야 할 시인들이 왜 따귀를 올려붙이고 침을 뱉으라고 거칠게 위악을 부리고 있는가.
마야콥스키가 사회적 취향에 따귀를 올려붙이고 푸시킨과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를 현대라는 기선에서 내던져버리라고 웅변한 것은 특정한 삶의 시기에 창출된 미의 생생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가 세계를 구원하리라’라는 말은 다음처럼 보완해도 좋을 것이다.
‘세계(혹은 우리)가 미를 구한다면, 미가 세계를 구원하리라.’
오직 미만이 세계를 구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를 경유하지 않는 세계의 구원은 불가능하거나 최소한 불완전하다.
문학 활동의 핵심적 요소를 윤리적 지향과 미학적 지향으로 설정하고 양자의 유기적이며 상보적인 연관관계를 탐색하는 것은 문학과 예술에 표현된 윤리성과 미학성의 상호작용을 하나의 소실점으로 귀결되는 일원적 체계로 보지 않고, 다원적이며 유동적인 복잡계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변혁기 러시아문학과 문학과정은 윤리적 지향과 미학적 지향이라는 양 방향의 힘 사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그 스펙트럼 속에는 오늘날 현대 문화의 창조와 수용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한 풍부하고 생생한 자료들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