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저자소개 차례
서평
물은 모든 사물의 근원을 이루고 있으므로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받지 않는다. 한국문학의 경우 문학사 전체를 관통하면서 나타나고, 구비문학과 한문학,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등 전 장르에 걸쳐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물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기에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물을 수용해 흐르게 했다. 이 책은 한국문학의 물에 관한 상상력을 다루었다. 필자는 한국문학에 나타난 물 이미지의 모순성에 주목하며, 한국문학과 물에 관한 상상력을 ‘대대입의(待對立義)에 의한 모순적 통일성’으로 파악한다. ‘대대론’은 두 물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경쟁하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협동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면서도 불변성으로 입의(立義)되어 있다는 것이 ‘대대입의’이다. 이는 기존의 성리학적 용어인 ‘이일분수(理一分殊)’와 상통한다. 근원으로 거슬러 오르는 원두(源頭)에 대한 인식과 함께 이일(理一)이 강조되고, 바다로 흘러가면서 다양한 현실을 만나 분수(分殊)가 성립된다. 그러나 그 ‘분수’로서의 개별자는 다시 ‘이일’의 보편자를 내포하고 있어, ‘모순적 통일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문학 속에 다채롭게 나타난다. 한국문학에서 물은 그 소재사적 측면에서 일관되게 등장하여 인간의 탄생, 삶, 죽음, 재생이라는 전방위적 삶을 표상하는데, ‘유순’과 ‘난폭’, ‘단절’과 ‘지속’, ‘이별’과 ‘만남’, ‘욕망’과 ‘성찰’, ‘이상’과 ‘현실’이라는 모순적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우물, 개울, 강하, 호수, 바다라는 공간에 따라 일정한 통일적 상상력을 유지하는 한편, 공간의 크기와 물의 동정(動靜)에 따라 서로 다른 상상력을 발휘한다. 물은 일정한 형태가 없으면서도 모든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양극단에 서는 모순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사이에서 매우 다양한 문학적 형상을 구축할 수 있다. 불변과 변화라는 성질을 동시에 가지면서도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물이 지닌 ‘모순의 힘’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