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저자소개 차례
서평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랭 뤼시오(Alain Ruscio)가 지은 이 책은 제목에 드러난 대로 식민지와 식민지인들을 바라보는 백인들의 자기 우월적 신념과 시선을 비판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분석 대상은 식민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한 사람들, 그러한 정책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학자들, 식민지에서 근무한 사람들, 식민지에 이주해 살았던 사람들, 식민지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참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작가들과 여행가들 등이 남긴 방대한 자료(이론서, 작품, 여행기 등)다. 이에 더해 저자는 당대에 발행된 신문과 잡지의 기사와 대중가요 등에 투영된 식민지와 식민지인들에 대한 백인의 시선도 꼼꼼하게 살핌으로써 프랑스 공화국 식민사를 실증적ㆍ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식민지와 식민지인들을 바라보는 백인의 시선은 백인 우월주의 또는 인종주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일종의 ‘신념’에 물들어 있었다. 그들은 백인이 우등 인종(민족)이므로 열등 인종(민족)인 아프리카인들과 아시아인들을 지배하면서 이들에게 우수한 서양의 문명을 전파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이러한 인종의 우등성과 열등성에 대한 믿음, 식민지인들이 순수한 백인의 피를 위태롭게 하리라는 강박관념, 식민지 원주민들의 신체적 특성과 도덕적 특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 식민지인들을 프랑스 문화에 동화시키는 문제에 대한 견해, 쇄도하는 유색 이민자들이 백인의 문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두려움, 여러 예술 장르에 드러난 이국 취향, 식민지 여성들에 대한 경멸적 시선, 백인 남성과 유색인 여성 간의 사랑에 대한 엇갈린 평가,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민족주의 운동에 대한 잘못된 예측 등이 이 책의 세부 주제를 이루고 있다. 식민지와 식민지인들을 바라보았던 백인들의 시선은 역으로 그들이 어떤 심리의 소유자였는지를 말해 준다. 따라서 ‘식민 심리사’ 연구라는 새로운 방법론의 타당성을 탁월하게 입증해 낸 이 책은 한국 독자들이 프랑스 식민지배의 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