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수리사회학은 비교적 생소한 학문분야이다. 이는 수리사회학이 전통적인 사회학의 연구방법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학은 어렵고 까다롭다는 편견과 이미 사회통계학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리적 분석방법은 행위자뿐만 아니라 상황의 속성, 상호작용의 과정을 엄밀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현상이 나타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실제로 수리사회학은 수학적 기법을 동원하여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연역에 의해 모형을 구한 후, 이를 실제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과 비교 가능하게 함으로써 엄밀하고 명료한 형태의 연구방법을 제공해 준다. 물론 순수한 수학적 모형은 현실 사회와는 엄청 다르다는 인식론적 괴리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제였지만, 최근 급속하게 발달한 컴퓨터 프로그램 덕분에 실제 현실의 구조와 과정을 모방한 가상 모형을 만들어 실행결과를 대비해 보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고, 이는 수리사회학을 통한 사회현상 분석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사회구조를 수리적 모형으로 분석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기 위해 집필된 이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제1장 ‘수리사회학의 전개’와 제2장 ‘수학적 사고의 흐름’은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일종의 입문적 성격의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수리사회학의 성립과 발달과정, 수학 발달사, 현대 수학의 활용 가능성, 수학의 엄밀성에 관한 문제 등을 다루었다. 이어 본론이라 할 수 있는 제3장부터는 집합과 관계, 행렬, 균형이론, 선형계획법, 고유치와 고유벡터, 벡터공간과 최소제곱해, 확률, 마르코프 연쇄, 게임이론, 인구와 미분 등의 내용을 가급적 사회학적 연구테마와의 연관성 속에서 설명하였다.
수리사회학은 그 접근방법이 지금까지의 주류 사회학적 방법과 상당히 다르지만 복합적 게임의 사회적 구조, 네트워크의 사회적 기제, 사회운동의 구조화, 조직의 구성과변동, 다차원 시장의 구조 등의 중요한 사회학적 연구주제를 다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학문연구 방법론이 되었다. 게다가 수리사회학은 기본적으로 학문 융합적 성격을 띠고 있어 인접 학문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도 이 책이 다양한 인접학문 분야에서의 연구를 촉진하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