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저자소개 차례
서평
작가의 세계관과 이상이 주인공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서사시나 신화, 우화의 세계와는 달리 근대 소설의 세계는 작가의 세계관과 이상이 주인공, 심지어 독자의 그것과도 심각하게 균열되고 갈등과 긴장을 일으키는 현장이다. 이 가운데 작가는 화자라는 대리 서술자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균열과 갈등, 긴장의 현장으로부터 한편으로는 비켜설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를 소설 속에 보다 객관적으로 그려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소설 속 화자는 단순히 서술자나 작가의 대리인 혹은 서술의 형식적 장치에만 머물지 않고, 소설 형식과 내용의 유기적 결합을 매개하는 중요한 소설 요소이다. 화자는 근대 작가의 세계관과 인간 인식을 표명하는 중요한 소설 장치로서, 작품 속 모든 구성 요소의 형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화자 형식이 산문 형식에 도입되는 과정은 소설 형식의 창조적 발전을 이룩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착안하여 러시아 소설의 발전 과정을 화자 형식의 성립 과정과 연관시켜 고찰한다. 즉, 이 책은 소설의 불안정성의 핵심에 소설 속에서 말하는 주체, 즉 화자 형식이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화자 형식의 진화 과정을 통해 러시아 장편소설의 발전 과정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