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년 전 런던 시민들은 처음으로 커피를 맛보았고, 곧 커피하우스로 몰려들었다. 타인을 환대하는 따뜻한 분위기, 평등과 상호존중의 정신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음이 열리자, 곧 생각이 트였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맹아가 될 온갖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했다. 이후의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이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치혁명과 경제혁명을 이룩했다. 저자의 말처럼 유럽의 벽촌에 불과했던 영국을 100년 만에 유럽의 계몽 강국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차가 아니라 커피와 커피하우스였다.
커피가 처음 소개되었던 1650년 무렵 런던은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당시 런던 시민들은 공동체적 삶이라는 이상과, 각박한 대도시생활이라는 현실 위에 한 발씩 걸쳐놓은 최초의 세대였다. 이들은 거대도시 “런던이 야기한 사회적 혼란과 외로움 그리고 무미건조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커피하우스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삶은? 한 발은 아날로그의 대지 위에 두고, 나머지 한 발로 구름 위를 위태롭게 내딛고 있는 거의 첫 세대라는 점에서 양자의 상황은 너무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그 시절 런던의 커피하우스 같은 것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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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튜 그린이 쓴 The Lost World of London Coffeehouse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저자가 건넨 커피 한 잔에는 런던 커피하우스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 수많은 런던 커피하우스가 당대인들의 삶과 사회 그리고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가 시종 흥미진진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우리에게 건낸 커피 한 잔에는 가장 빛나는 시절 영국의 정치, 역사, 문화가 함께 응축되어 있다. 이제 독자들에게 저자가 공들여 만든 커피 한 잔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