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저자소개 차례
씨앗처럼 작은 용기가 땅에 떨어져 우연히 싹을 틔우면 세상이 변한다. 모든 변화의 시작에는 용기를 낸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살아가다 보면 용기가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권에 관한 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겁쟁이다. 두려움과 공포는 진화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유전자의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겁함이 일반적인 것이고, 용기는 오히려 일종의 예외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의 삶과 자유를 담보로 용기를 냈다.
이 책은 1400년대 후반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평화, 자유, 인권을 위해 투쟁하며, 불꽃같은 삶을 산 열두 명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적인 위인전과는 거리가 있다. 아직 위인으로 평가 내리기 힘든 인물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위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들조차도 철저히 객관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독자들은 마틴 루터, 마하트마 간디 같은 인물을 다룬 장에서조차 그들을 영웅화하거나 과대포장하는 듯한 서술을 찾을 수 없다. 쉽지 않은 용기를 낸 사람들로 인한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낱낱이 살피되, 그들의 한계와 오류 역시 저자는 외면하지 않는다. 저자 크리스티안 뉘른베르거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려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극히 평범한 인간, 겁쟁이에 불과한 나약한 인간이 도대체 어떤 계기를 통해 용기 있는 투사로 변화하게 되는가? 변화 이전과 이후, 그리고 인생의 변곡점이 된 계기를 가감 없이 서술함으로써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이 자유, 평화, 인권을 위한 투사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요컨대 위인 이후가 아니라, 위인 이전의 상황과 상황의 변화를 이끈 계기에 대한 흥미진진한 서술이 이 책의 특징이자 백미(白眉)라 하겠다.
둘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눈에 보이는 용기 뒤에는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전사(前史)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할 듯 보이는 작은 용기와 행동이 축적되다가 특정 계기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가 이 책 곳곳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셋째, 이 책은 세상을 개선하기 위해 무언가 하고는 싶지만, 목숨이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영웅적 행동을 할 용기가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국제엠네스티를 만든 피터 베넨슨(Peter Bennson)이 그 좋은 예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수준의 자유, 평화,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는 아주 최근에 와서야 형성된 것이며, 과거 그 어느 시대에도 이것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독일의 결혼 여성들은 1977년이 되어서야 남편의 허락 없이 직업활동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스위스의 일부 주에서는 1990년이 되어서야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들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