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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음악과 미술은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각자의 학문적 호기심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음악학의 한 분야인 음악도상학(ICONOGRAPHY OF MUSIC)은 음악과 미술의 관계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음악학이 일반적으로 서적이나 악보 등의 기록물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데 음악도상학은 그림을 통해 음악을 연구한다. 최근 독자적인 연구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지만 음악사 또는 음악사회사의 학문적 공백을 메워 주는 보조 학문이기도 하다. 1500년 이전의 악기는 오늘날 거의 남아 있지 않는데 이때 그림을 통해 당시 악기의 구조나 연주 방식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음악도상학은 악기연구(ORGANOLOGY)와도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회화나 조각 등 조형예술과는 달리 음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흔적이 쉽게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악보가 음악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그나마 악보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그림에 담긴 음악적 정보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음악은 옛날부터 삶의 중요한 일부로 기능해 왔기 때문에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악기를 그려 넣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화폭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림에 등장하는 악기는 다른 소품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풍경일 가능성도 있지만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그림에 나오는 악기나 연주 방식을 추적하기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음악적 소품이나 행위에 함축된 뜻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무엇’이라는 문제 못지않게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